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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 진단기준, 위험신호, 운동식단 본문
얼마 전 아버지가 계단을 오르다 무릎이 갑자기 후들거려 멈춰 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달 사이 두 번이나 넘어질 뻔한 일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를 보고 제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병의 이름은 근감소증. 단순히 힘이 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혈당 조절, 면역력, 심뇌혈관 건강까지 동시에 흔드는 질환이었습니다.

조용히 진행되는 위험 신호, 놓치고 계신가요
아버지의 종아리 둘레를 줄자로 재보니 32cm가 나왔습니다. 65세 이상 남성의 근감소증 의심 기준이 34cm 이하이니 이미 상당히 낮은 수치였습니다. 악력 검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성 기준 28kg 이하면 근감소증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 기준에도 한참 못 미쳤습니다.
악력은 단순히 손아귀 힘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팔 전체와 몸통 근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전신 근육 상태를 빠르게 가늠할 수 있어 근감소증 진단에 자주 사용됩니다. 저도 아버지 검사 후 악력기를 잡아봤는데, 40대 중반인 제 수치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은 ‘살이 빈곤하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용어로, 나이 들면서 근육량뿐 아니라 근력과 신체 기능까지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이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할 만큼 이미 국제적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근육이 줄면 혈당 조절 기능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음식으로 들어온 당의 약 50%를 근육이 처리하는데, 근육량이 감소하면 당이 처리될 곳이 부족해져 혈당이 불안정해집니다. 당뇨 가족력이 있는 저로서는 특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버지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혈당이 불규칙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안정됐습니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낙상 및 골절 위험 크게 증가 (특히 척추, 고관절 골절)
- 혈당 조절 저하로 당뇨병 악화
- 뇌졸중 환자의 40% 이상에서 근감소증 동반, 재활 기간 연장
- 척추 기립근 약화로 구부정한 자세와 혈액순환 장애
- 둔근(엉덩이)과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약화로 보행 불안정
숫자로 확인하는 내 근육 상태
아버지 검사를 따라가며 저도 체성분 검사를 받아봤습니다. 이 검사는 전신의 지방량, 수분량, 근육량을 부위별로 측정하며, 특히 사지 근육 총량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ASM/height²)으로 근감소증을 평가합니다. 남성 기준 7.0 이하, 여성 기준 5.4 이하이면 근감소증 확진 범위에 들어갑니다. 제 수치도 또래 평균보다 낮게 나와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근감소증 진단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 의심 단계 : 낙상 경험, 보행 어려움 등 일상에서 느끼는 신호
- 가능 단계(전단계) : 악력이나 보행 속도에서 이상이 있지만 근육량은 아직 기준 이내
- 확진 단계 : 근육량 감소까지 확인된 경우
아버지는 가능 단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시며, 잘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확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다만 근감소증과 당뇨·심혈관 질환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맞지만, 근육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당뇨가 생기는 일대일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서로를 악화시키는 상호작용 관계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일부 자료에서 이를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습니다.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국내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약 13~17% 정도로 추정되며,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 수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8주 동안 직접 해본 운동과 식단 변화
진단 다음 날부터 아버지와 함께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2주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까치발 들기, 다리 옆으로 벌리기, 팔 굽히기를 각 3세트씩 하고, 파워킹(빠르게 걷기)으로 하루 30분 이상 움직였습니다. 파워킹은 단순 산책이 아니라 속도를 높여 하체 근력과 유산소를 동시에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신경 쓴 것은 편심 수축 운동이었습니다. 근육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저항을 받으며 수축하는 동작(예: 스쿼트에서 앉는 구간, 계단 내려오기)으로, 일반 운동보다 근육 자극이 강하면서도 고령자 재활에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게 챙겼습니다. 체중 1kg당 1.0g을 목표로 아버지는 하루 약 70g, 저는 75g 정도를 먹었습니다. 두부 반 모, 계란 2개, 닭가슴살 100g, 고등어 반 마리를 하루에 나눠 먹는 방식으로 채웠습니다. 다만 신장 기능이 약하신 분은 고단백 식사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8주가 지나자 변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아버지의 악력이 4kg 증가했고,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후들거리지 않게 됐습니다. 저도 10kg 쌀 포대가 예전보다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피로가 많이 줄었다”고 하신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이는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 효과 때문으로 보입니다. 마이오카인은 염증을 줄이고, 지방 분해를 돕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긍정적 작용을 합니다.
근감소증의 가장 무서운 점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처럼 계단이 갑자기 힘들어지기 전까지는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아리 둘레를 한번 재보고, 악력기를 한번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내 근육 상태를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운동을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아침 10분, 까치발 들기부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8주 후 아버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yotSW07ovU